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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문

딕 존슨이 죽었습니다.

 

※약 스포주의.※

이 영화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로서 10월에 공개된 걸로 알고 있고 30년 넘게 다큐멘터리 카메라 감독으로 일해온 감독이

아버지의 죽음에 관해 논픽션  즉 사실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닌 영화를 만들고 그 과정들을 보여주는데

진짜인 듯 아닌 듯 오묘한 상황에서 딕 존슨이라는 인물이 죽는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하늘에서 티브이가 떨어져서 죽는다던지

공사인부가 들고 가던 철제에 부딪혀 죽고, 계단에서 굴러 떨어진다던지 편하게 죽는 시나리오는 나오지 않는다.

이처럼 실제 딕 존슨이란 인물은 정신과 의사로서 평생 일하고

노후를 보내는 와중에 퇴행성 질환이 생겨 원래의 집에서 떠나 

딸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고 기억력도 점점 잃어가면서

가깝고 멀지만은 않은 죽음을 

자연스레 준비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딸의 집에 이사를 하기 전에 뉴욕으로 가기 때문에 

차를 팔고 앞으로 운전은 못할 거란 말에 딕 존슨은 많은 감정이 오고 가는지 그만 눈물을 흘리고 내심 웃음을 보인다.

이렇게 허구와 실제를 오고가는 연출이 인상 깊었고 특히나

천국을 묘사하는 그 장면은 뇌리에 깊이 박힌 것 같다.

마지막 장면엔 장례식을 하는 촬영을 하는데 딕 존슨의 오랜 친구는 실제로 일어난 일인 것처럼 많은 눈물을 감추고 연설문을 읽는데 나도 저절로 눈물이 흘렀다.

딕 존슨은 정작 뒤에서 호탕하게 웃음을 지으며 장례식에 등장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박수를 받는다. 이 영화 안에서 만큼은 딕 존슨이란 사람은 죽지 않는다.

 

봉준호 감독이 오스카시상식에서 수상한 후 마틴 스콜세지 감독을 언급하면서 했던 얘기가 떠오른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다."

감독은 가장 사적인 얘기를 통해 죽음과 상실이란 소재로 진짜 말그대로 끝내주는 창의력과 연출을 보여준것 같다.

계속해서 나의 관심사에서 떠나지 않는 죽음과 상실에 관한 소재로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제대로 나에겐 전달된 거 같아

많은 여운과 영감을 받게 되는 거 같다. 

인상 깊은 장면들이 워낙 많아 하나하나 기록하기도 벅찰 정도고 한번 더 볼 생각은 99퍼센트인 것 같다.

결코 죽음이란 어느 순간 언제 찾아올지도 모르고 한편으론 남아있는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가 끼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노년엔 우울증과 자살률이 높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게 되었다.

우리에겐 죽음을 준비하거나 대비할 시간을 주지 않는 것 같다. 남아있는 사람의 상실감도 마찬가지고.

영화를 보면서 부러웠던 건 그런 대비 못할 죽음을 감독인 딸이 함께 준비하면서 유쾌하고 아름다운 노년을 보낼 수 있고 기록으로 남기게 해 준다는 게 놀랍기도 하고 안 봐도 감독의 마음이 따뜻하다는 게 여기까지 느껴진다.

현재까지 딕 존슨이라는 사람이 살아있는지 어떤지는 영화에 나오지 않는다.

나 역시도 궁금하지 않고 영화 속에선 아직까지도 살아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다가온다.

한 해를 시작하는 주에 약간 한방 먹은 영화였고 따뜻한 한 해를 시작할 수도 있는 위로를 안겨주기도 한다.

다시 한번 죽음이라는 무거운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딕 존슨이 어린시절 딸에게 했던 "나한테는 너희가 있는 이곳이 천국이야." 처럼 

지금 살아있는 이 순간, 이 공간을 천국이라 생각하고 하루하루 행복하고 밝게 살아나가고 싶고, 그렇게 나아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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