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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기록

앨범.

 

나는 하루 일과 중에 음악 듣는 시간을 일부러라도 내서 듣는 편이다.

걸어 다닐 때나, 버스 안에서 등

이동 중에서 듣는 시간도 당연히 있지만

도중에 신경 써야 될 상황이 있다 보니

음악에 제대로 집중을 못하는 느낌이라

개인적인 시간을 내서 듣는 느낌은 또 다른 것 같아서

자기 전이나 혼자 있을 때 꼭 듣는 편이다.

 

보통 음악을 들을 때

플랫폼을 통해서

알고리즘이 추천해주는 대로 

타고 타고 타서 듣는 경우도 많지만

한 아티스트의 앨범 단위로 듣는 경우가 더 많다.

 

어릴 때야 한 가수의 앨범이 나오더라도

전곡을 듣기보단 타이틀곡만을 골라 듣는 경우가 많아서

이 앨범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표현방식, 콘셉트에 대해 무지하게 지나갔던 편이어서

그때 그 시절에 듣던 앨범들을 하나하나 찾아보다가

 

어린 시절부터 커가면서 자주 듣던 가수들의 앨범들을

감상했었던 나이순대로

유년기, 청소년기, 성인이 된 후 순으로 찾아들어보기 시작했다.

 

하나둘씩 듣다가 

어떤 진항 향수가 나에게 피어오르기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어린 시절이나 그때 그 시절의 기억과 장소, 공기까지

하나하나 새록새록 피어나기 시작했다.

아예 잊고 살았던 추억들까지 

음악 하나로 떠오를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운 경험이었다.

 

그중에서도 좋았던 추억이나 기억들보단

안 좋았던 기억, 힘들었던 순간들이 많이 떠오르고

그때 나에게 위로를 해주고 의지한 게 이런 일련의 앨범들이란 생각에

감사함을 잊고 시간이 지나서 새롭게 탄생하는 앨범들만을 좇아

듣는 자신을 반성하게 되는 순간이다.

 

하나하나 찾는 그 순간에도

잊고 지냈던 친한 친구의 번호를 찾고 다니는 것처럼

약간은 들뜬 감정과 잊고 싶던 과거의 기억들을 들추는 것 같은 두려움이

공존했으며 음악이라는 존재에 위대함을 다시금 느끼게 되는 계기였다.

 

여타 TV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추억의 가수들이나

무대들을 재조명하는 방송을 볼 때에도

시기가 내가 살던 시대보단 약간 앞서있어

사실 큰 공감을 얻기는 힘들었기 때문에

이렇게 직접 찾아 듣는 여정을 통해

그토록 뜨거운 관심과 눈물을 흘렸는지 이제야 알게 된다,

 

한창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을 현상해서 실체들을 

커다란 앨범에 보관하고

좋아하는 가수들의 LP나 카세트테이프, CD를 모아

방의 한편에 남겨져있던 시대가 지나고

 

사진이든, 음악이든

핸드폰이나 컴퓨터 속에만 들어가 있어

많은 저장공간 속에서

점점 안 보이게 숨겨져만 가는 느낌이라

하루하루에 충실히 살거나

미래에 초점이 많이 가있는 경향이 있어

과거의 소중함 들을 조금은 잊고 살고 있지 않은지 모르겠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까진 아니더라도

약간의 짬을 내서

오래전에 찍어놨던 사진들을 찾아보거나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오래전에 즐겨 들었던

앨범들을 찾아 듣는 여정을 통해

 

잠시, 아주 잠시 멈춰 

자신을 다시 한번 돌아보거나 잊고 살았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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